한동안 고인 생각이 없어 글 한 줄 쓰지 못했습니다. 감정이 메말라 눈물이 마른 것처럼 무척이나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이었습니다. 슬픈 음악을 들어도 슬프지 않고, 신나는 음악을 들어도 신이 나지 않았죠. 많이 걷기도 하고 몸을 괴롭혀도 별 소용이 없었는데, 며칠 전 벚꽃이 활짝 핀 원성천 가로수 그늘을 걸으며 체한 것이 한 번에 내려가듯 뭔가가 씻겨 내려가...
인간적 매력은 자기를 드러낼 때도 나오지만 감출 때도 나온다. 드러내도 거짓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고 감추어도 정직하게 감추는 사람이 있다. 정직하게 감추는 게 가장 매혹적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정직하게 드러내면 된다. 매력은 정직한 데서 온다. -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 자신의 단점을 거침없이 드러내 매력으로 바꾸는 능력자들이 있습...
우주는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무심한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존재는 공명합니다. 우주는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이면에 있는 의도에 반응합니다. 우리가 내보낸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세상은 세상 그 자체의 모습으로서 존재하지 않지요.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
용산역 대합실 휴지통 옆에서
음료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몰래 마시던 사람을 기억한다.
버린 것을 꺼내 마신다는 것이 창피한지 몰래 꺼내 휴지통을 등지고
남은 음료를 소리가 날 때까지 마시던 모습.
처음엔 놀랐고 다음엔 망설였다. 음료를 사 드려도 될까.
그리고 그 잠깐 사이 그분은 용산역 긴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망설이지 말고 돈이라도 쥐어 드렸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0
소담
010
05.18
2024.05.18 pm 05:03
죽음은 압도적인 경험이지만, 그 일이 닥쳐온다 해서
모두가 그것을 '제대로' 겪는 것은 아니다.
가족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죽음에 대해 무지한가를 깨닫게 되고,
장례가 끝나면 그 이유를 곧 알게 된다.
죽음은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금기인 것이다.
금기된 것은 배울 수 없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0
소담
010
05.18
2024.05.18 pm 02:08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위험 속에 산다."
위험하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어떤 위험은 명백히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바깥에 있다.
일어날 위험에 대한 대비와 일어난 사고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이유 아닌가.
'그만큼 살 게 해준 것을 고마워하라'고 말하는 사회가 아니라
'살아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