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고인 생각이 없어 글 한 줄 쓰지 못했습니다. 감정이 메말라 눈물이 마른 것처럼 무척이나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이었습니다. 슬픈 음악을 들어도 슬프지 않고, 신나는 음악을 들어도 신이 나지 않았죠. 많이 걷기도 하고 몸을 괴롭혀도 별 소용이 없었는데, 며칠 전 벚꽃이 활짝 핀 원성천 가로수 그늘을 걸으며 체한 것이 한 번에 내려가듯 뭔가가 씻겨 내려가...
인간적 매력은 자기를 드러낼 때도 나오지만 감출 때도 나온다. 드러내도 거짓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고 감추어도 정직하게 감추는 사람이 있다. 정직하게 감추는 게 가장 매혹적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정직하게 드러내면 된다. 매력은 정직한 데서 온다. -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 자신의 단점을 거침없이 드러내 매력으로 바꾸는 능력자들이 있습...
우주는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무심한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존재는 공명합니다. 우주는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이면에 있는 의도에 반응합니다. 우리가 내보낸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세상은 세상 그 자체의 모습으로서 존재하지 않지요.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
서울로 7017 위에서 서울역을 내려다보았다.
뒷덜미에 노을이 내려앉은 구 서울역이 무척 아름다웠다.
뒤를 돌면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촛불의 거리다.
해마다 300명이 넘는 홈리스와 천명이 넘는 무연고자들이 외롭게 죽어가는 이 거리에서,
집 없는 이들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든 데엔 고작 26억을 쓰면서
이들을 추방해 격리하는 수용시설에는 237억의 예산을 쓰는 이 현실에서,
촛불은 어디까지 왔나.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0
소담
010
05.14
2024.05.14 pm 02:48
힘들게 살았다고 해서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0
소담
010
05.14
2024.05.14 am 07:45
'안다는 것'과 '감당한다는 것' 사이엔 강이 하나 있는데,
알면 알수록 감당하기 힘든 것이 그 강의 속성인지라,
그 말은 그저 그 사이 어디쯤에서 부단히 헤엄치고 있는 사람만이 겨우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신영복은 '아름다움'이 '앎'에서 나온 말이며,
'안다'는 건 대상을 '껴안는' 일이라 했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