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고인 생각이 없어 글 한 줄 쓰지 못했습니다. 감정이 메말라 눈물이 마른 것처럼 무척이나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이었습니다. 슬픈 음악을 들어도 슬프지 않고, 신나는 음악을 들어도 신이 나지 않았죠. 많이 걷기도 하고 몸을 괴롭혀도 별 소용이 없었는데, 며칠 전 벚꽃이 활짝 핀 원성천 가로수 그늘을 걸으며 체한 것이 한 번에 내려가듯 뭔가가 씻겨 내려가...
인간적 매력은 자기를 드러낼 때도 나오지만 감출 때도 나온다. 드러내도 거짓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고 감추어도 정직하게 감추는 사람이 있다. 정직하게 감추는 게 가장 매혹적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정직하게 드러내면 된다. 매력은 정직한 데서 온다. -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 자신의 단점을 거침없이 드러내 매력으로 바꾸는 능력자들이 있습...
우주는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무심한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존재는 공명합니다. 우주는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이면에 있는 의도에 반응합니다. 우리가 내보낸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세상은 세상 그 자체의 모습으로서 존재하지 않지요.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
어떤 사람은 당연히 받는 선물을 어떤 사람은 평생 싸워서 얻는다.
자기 자신에게 권리를 선물한다는 일,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나는 꽃님 씨에게서 배웠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책을 읽어 나가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고 수시로 눈물이 고여 닦아야 했다.
그래도 끝까지 읽고 싶었다. 그건 진심의 힘이었고 글쓴이의 힘이었다. 0
소담
010
05.20
2024.05.20 am 08:09
그 저항이란 해와 달의 질서에 맞서는 일처럼 아득한 것이지만
그 어려운 일을 기어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마지막에 누군가 살아남아야 한다면 바로 그들이 아닌가.
싸우는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건 좋은 사회의 증거가 아니라
그 사회의 수명이 다했다는 징조인 것이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0
소담
010
05.20
2024.05.20 am 06:07
"우리는 소, 돼지가 아니다. 장애인도 인간이다."
그것은 우리의 오랜 슬로건이었다.
짐승이란 권리 없는 존재였고, 인권은 항상 그들을 딛고 올라서는 것이었다.
그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도살장 앞에 섰을 때에야 깨달았다.
그날, 살아 있는 돼지를 처음 보았다.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분리되었고 마취 없이 성기를 잡아 뜯기고
꼬리가 잘린 돼지를. 똥오줌으로 가득 찬 좁은 축사에서
쓰레기 같은 음식과 다량의 항생제를 먹으며 오직 살이 찌는 기계로 6개월을 산 돼지를.
온몸이 피부병과 상처인 배고픈 어린 돼지가 감자 세 알을 다 먹지도 못한 채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나는 바라보았다.
그는 곧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질 것이고 머리에 전기 총을 맞을 것이다.
운이 나쁘면 목을 베인 뒤 거꾸로 매달려 피를 철철 쏟아낼 때까지 숨이 붙어 있을 것이고
그대로 끓는 물에 들어갈 것이다.
그에게 세상은 한치의 과장도 없는 지옥이고 아우슈비츠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