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고인 생각이 없어 글 한 줄 쓰지 못했습니다. 감정이 메말라 눈물이 마른 것처럼 무척이나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이었습니다. 슬픈 음악을 들어도 슬프지 않고, 신나는 음악을 들어도 신이 나지 않았죠. 많이 걷기도 하고 몸을 괴롭혀도 별 소용이 없었는데, 며칠 전 벚꽃이 활짝 핀 원성천 가로수 그늘을 걸으며 체한 것이 한 번에 내려가듯 뭔가가 씻겨 내려가...
인간적 매력은 자기를 드러낼 때도 나오지만 감출 때도 나온다. 드러내도 거짓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고 감추어도 정직하게 감추는 사람이 있다. 정직하게 감추는 게 가장 매혹적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정직하게 드러내면 된다. 매력은 정직한 데서 온다. -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 자신의 단점을 거침없이 드러내 매력으로 바꾸는 능력자들이 있습...
우주는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무심한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존재는 공명합니다. 우주는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이면에 있는 의도에 반응합니다. 우리가 내보낸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세상은 세상 그 자체의 모습으로서 존재하지 않지요.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
무거운 글, 무거운 음악은 마음을 땅까지 가라앉힌다.
끌려 내려가듯 내려간 마음은 다시 제자리고 돌아가려 애를 쓴다.
가벼우면 올라가 내려다보고 무거우면 내려가 올려다보는
마음이라 부르는 것을 꼭 안아주는 아침이다. 0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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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24
05.12
2024.05.12 pm 08:22
빈 속에 부어댄 술의 숙취보다 더 끔찍한 것은
자꾸만 실패하는 못난 자신을 견디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빛나는 추억을 보고 있었으나
동시에 그가 홀로 견뎌야 했을 외로움과 공허, 환멸의 깊이를 보고 있었다.
4월 7일, 우리의 깃발 하나가 사라졌다.
무력함을 느끼며 쓴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