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pm 01:22
나는 '고통이 사라지는 사회'를 꿈꾸지 않는다.
여기는 천국이 아니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예수나 전태일처럼 살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은 모두 일찍 죽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몸을 사리며
적당히 비겁하게 내 곁에서 오래 살아주길 바란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고통에 대해 얼마간의 책임이 있고
어떤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이다.
고통을 기록하는 마음은 광장에서 미경 씨의 머리를 밀어주며
"죄송해요"라고 말했던 여성의 마음과 비슷할 것 같다.
바라는 것은 그가 나에게 안심하고 자기의 슬픔을 맡겨주는 것이고,
나는 되도록 그의 떨림과 두려움을 예쁘게' 기록해주고 싶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세상은 싸우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0
2024.05.19 am 08:30
알을 낳는 게 목적인 산란계(닭)의 경우 쓸모가 없는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거대한 칼날이 24시간 돌아가는 분쇄기에 넣어 비료로 만든다거나,
새끼를 낳는 게 목적인 종돈(돼지)의 경우 평생 동안 '스톨'이라는 형틀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한 채 강간과 임신, 출산을 반복하다가
'회전율'이 떨어지면 햄버거 패티 같은 분쇄육이 된다는 것.
그들은 굳이 살처분이 아니더라도 이 세계 어딘가에서 우리가 삼시 세끼 밥을 먹듯,
아니,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것 때문에,
일상적으로 고문당하고 살해되고 분쇄되고 있었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0
2024.05.19 am 05:28
아침 8시까지 나가려면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요.
저는 어디를 가든 30분 정도는 미리 도착하도록 움직여요.
종종 지하철 엘리베이터 가 고장 나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돌아와야 하니까 항상 대비하는 거예요.
엘리베이터가 왜 망가지냐면 사람들이 많이 타서 그래요.
장애인보다 비장애인들, 노인들이 훨씬 많이 타요.
그 엘리베이터 우리가 싸워서 만든 것인 줄도 모르고
사람들은 우리한테 병신 육갑한다고 욕을 하죠.
비장애인의 시간은 금이고 장애인의 시간은 똥인가 봐요.
우리는 평생을 늦었는데 우리의 시간은 아무 도 보상하지 않아요.
- 이상엽 [삼달다방] 中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