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am 08:30
알을 낳는 게 목적인 산란계(닭)의 경우 쓸모가 없는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거대한 칼날이 24시간 돌아가는 분쇄기에 넣어 비료로 만든다거나,
새끼를 낳는 게 목적인 종돈(돼지)의 경우 평생 동안 '스톨'이라는 형틀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한 채 강간과 임신, 출산을 반복하다가
'회전율'이 떨어지면 햄버거 패티 같은 분쇄육이 된다는 것.
그들은 굳이 살처분이 아니더라도 이 세계 어딘가에서 우리가 삼시 세끼 밥을 먹듯,
아니,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것 때문에,
일상적으로 고문당하고 살해되고 분쇄되고 있었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0
2024.05.19 am 05:28
아침 8시까지 나가려면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요.
저는 어디를 가든 30분 정도는 미리 도착하도록 움직여요.
종종 지하철 엘리베이터 가 고장 나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돌아와야 하니까 항상 대비하는 거예요.
엘리베이터가 왜 망가지냐면 사람들이 많이 타서 그래요.
장애인보다 비장애인들, 노인들이 훨씬 많이 타요.
그 엘리베이터 우리가 싸워서 만든 것인 줄도 모르고
사람들은 우리한테 병신 육갑한다고 욕을 하죠.
비장애인의 시간은 금이고 장애인의 시간은 똥인가 봐요.
우리는 평생을 늦었는데 우리의 시간은 아무 도 보상하지 않아요.
- 이상엽 [삼달다방] 中 - 0
2024.05.18 pm 08:06
용산역 대합실 휴지통 옆에서
음료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몰래 마시던 사람이 있었다.
버린 것을 꺼내 마신다는 것이 창피한지 몰래 꺼내 휴지통을 등지고
남은 음료를 소리가 날 때까지 마시던 모습.
처음엔 놀랐고 다음엔 망설였다. 음료를 사 드려도 될까.
그리고 그 잠깐 사이 그분은 용산역 긴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망설이지 말고 돈이라도 쥐어 드렸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0